충남서 전국 첫 인권조례 폐지

"인권조례 폐지 안돼"

 

충남도의회는 지난 3일 해당 조례가 동성애를 옹호·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자유한국당 의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충남인권조례 폐지안을 재가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9일 충남도의 공포를 거쳐 인권조례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폐지될 예정입니다.

 

인권조례가 삭제되면 인권 관련 교육과 상담, 실태 조사를 하고 인권센터를 운영할 근거가 없어져 인권행정 수행에 어려움이 예상될 전망입니다.

 

구체적으로 인권침해 및 차별 사건 상담·조사와 구제 업무(제20조), 인권정책 기본계획 수립(제5조), 인권교육 시행(제7조) 등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인권센터 설치를 포함해 인권센터의 조직·운영·업무에 관한 제반 사항을 담은 제17∼27조 까지의 조항이 모두 삭제됨에 따라 인권센터의 존립 근거가 사라집니다.

 

조례는 지방자치단체 별로 운영하는 인권위원회의 역할과 구성, 인권영향평가 등 인권위의 업무까지 포함하고 있어 관련 분야 행정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한국당 의원들이 문제 삼은 것은 '도지사는 도민 인권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전담 부서를 설치한다'는 내용을 담은 조례 제8조입니다.

 

도지사가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내용의 도민 인권선언을 이행하는 것이 동성애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동성애 반대를 위해 도내 노인, 장애인 이주 노동자, 결혼 이주자 등 인권 취약계층에 대한 인권 보호 업무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한국당 주장대로 '성적 지향'이란 문구가 문제 된다면 삭제하고 수정안을 발의할 수 있음에도 폐지안을 낸 것은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충남인권위원회는 4일 성명을 내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동성애 옹호, 이슬람 조장'이라는 혐오세력과 만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야합했다"며 "제주 4·3사건 70주년을 맞은 날 시대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인권을 진전시키는 역사의 수레바퀴는 되돌릴 수 없다"며 "헌법에 어긋난 충남도의회의 결정을 인정하지 않으며, 전국 인권기구 및 단체들과 연대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정구 도 자치행정국장은 "인권조례를 없애겠다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에 인권 보장의 책무를 부여한 헌법과 관련 법률을 위반하겠다는 것"이라며 "지방자치법 제7조3항에 따라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도록 돼 있는 만큼 여러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충남인권조례는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자유선진당 송덕빈 의원과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공동 발의해 제정됐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6곳이 인권조례를 제정, 시행 중입니다.

 

이번에 자유한국당 소속 충남도의원들이 스스로 만든 조례안을 폐지함에 따라 충남도는 인권조례를 없앤 첫 사례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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