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현행 낙태죄 형법의 과잉도덕화…여성 건강권 침해 우려

 

여성가족부는 헌법재판소에 "여성의 기본권 중 건강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현행 낙태죄 조항은 재검토돼야 한다"는 요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23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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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는 지난 3월 30일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헌법과 국제규약에 따라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 건강권은 기본권으로서 보장돼야 한다"며 "형법 제269조 제1항 및 제270조 제1항이 규정하는 낙태죄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여성의 이러한 기본권을 제약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현행 낙태죄는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으로 낙태건수를 줄이고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낙태죄의 처벌 대상이 '부녀'와 '낙태하게 한' 사람에게 한정되고 임신중절 과정에서 배우자 동의가 필수이기 때문에 남성에 의한 협박 또는 보복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현행 낙태죄는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생명윤리를 위해 낙태를 형사처벌하고 있어 형법의 과잉도덕화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며 "형법에 낙태에 대해 예외 사유를 두지 않는 전면적 금지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벗어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한민국 형법과는 달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선진국 사례를 보면 임신중절을 더 폭넓게 허용하고 임부의 안전한 임신중절을 위한 절차를 마련하는 등 여성의 자기결정권, 재생산권과 건강권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수단을 택하고 있다고 여가부는 설명했습니다.

 

여가부는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강간, 근친상간, 임산부의 생명·건강에 위협, 심각한 태아 손상의 경우에는 낙태를 합법화하고 다른 경우에도 낙태를 비범죄화하며 낙태를 한 여성에 대한 처벌 조치를 없애도록 요청했다는 사실도 중요하게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헌재에 적절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낙태죄와 관련해 여가부가 의견서를 내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사실상 낙태죄 폐지 혹은 규제 완화 입장을 담아 귀추가 주목됩니다.

 

헌재는 의사 A씨가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사건의 첫 공개변론을 24일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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