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가 없는 10대가 운전대를 잡았다가 대형 교통사고를 내는 사례가 빈발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26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마정리 38번 국도에서 고등학생 A(18) 군이 몰던 K5 승용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도로변 건물을 들이받으면서 A군을 포함, 10대 탑승자 4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습니다.
이 끔찍한 사고의 사망자들은 모두 중고교생들로 남녀 각 2명씩이고 유일한 생존자인 남자 중학생도 중상을 입어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진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경찰은 주변인 조사를 통해 A군 등이 이날 새벽 안성의 한 렌터카 업체에서 사고 차량을 빌려 타고 가다가 사고를 낸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렌터카 업주는 A군이 제시한 운전면허증을 직접 확인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으나, 실제 A군은 면허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현재로서는 운전 미숙인지, 차량결함 사고인지 등 경위를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충남 아산에서 고등학생 B(17)군이 몰던 SM5 승용차가 도로변에 주차된 코란도 승용차를 들이받아 고교생 동승자 1명이 숨지고, B군을 비롯해 나머지 5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청소년 무면허 운전 교통사고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천578건 발생, 한해 1천 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 사고로 총 135명이 숨졌고, 7천655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무면허 운전이 자신뿐 아니라 남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중범죄라는 인식을 확산해야 하며, 차제에 렌터카 업체의 면허확인 절차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사범대학 교수는 "무면허 운전은 본인은 물론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갈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행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상기했습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렌터카 업체의 느슨한 본인 확인이 10대 무면허 운전을 조장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청소년 무면허 사고를 근절하기 위해선 일차적으로 렌터카 업체가 차량 임차인의 신분 확인을 철저히 해야 한다"라며 "또한 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시 강력한 제재가 뒤따르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렌터카뿐 아니라 일부 카셰어링 서비스의 경우도 본인 확인 절차가 느슨한 사례가 많아 사고가 우려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운전 욕구가 넘치는 10대 청소년들이 무면허 상태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즉, 더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현행 운전면허취득 최소연령을 낮추는 등 제도개선 측면에서 이 문제에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이 펴낸 '운전면허 취득연령 개편방안'은 운전면허취득 최소연령을 현행 보다 낮춰야 한다는 정책을 제안해 눈여겨 볼만합니다.
보고서는 현행 제1종 보통 및 제2종 보통 면허의 최소연령 기준을 현행 18세에서 16세로 하향 조정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만 16세까지 면허취득 나이가 내려가면 고등학교 1~2년 정도면 합법적으로 운전대를 잡을 수 있게 되는 것인데 면허취득을 위해서는 일정한 연습과 시험통과 절차가 있어서 무면허에 따른 대형 참사 가능성을 줄일 가능성이 커진다는 논리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15.5세 이상부터 운전할 수 있고 또한 덴마크, 아이슬란드, 독일, 헝가리, 네덜란드 등에서도 17세부터 면허취득이 이뤄집니다.
보고서는 "지금까지 단순히 어린 나이의 운전자는 사고위험이 크다는 인식으로 인해 논의조차 되지 못했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이 문제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